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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옆집 05

A티아레 2016. 12. 29. 15:50

<유입키워드> #국뷔 #국뷔 수위 #슙민 수위 #슈짐 수위 #역키잡 #슙민 #슈짐 #후회공 #국뷔팬픽 #국뷔슙민 #국뷔장편 #슙민장편 #오피스물 #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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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alf moon) (feat.개코) - DEAN


마음이 기운 채로
판단이 설 리가
너 하나 없다고
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
자꾸 그 때로 또 되감기 돼

네가 있던 자리 
그 자리 위 밤하늘까지 보여
저 반 쪽 짜리 달이
딱 지금 나의 모습 같지


----------------------------------------------



※이번 5화는 슙민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주말이다. 태형은 피곤함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기지개를 피며 슬쩍 떴다.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정국이 몸을 반쯤 일으킨 태형을 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태형은 서있는 정국을 보다 이내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눈가를 비볐다. 그제야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은 선명해지는 것만 같다.


"나와서 밥 먹어요."
"...응."


정국은 생각보다 좋은 요리사였다. 냉동식품들로 가득했던 냉장고가 점점 정국이 사오는 싱싱한 식재료들로 바뀌고 있었다. 김치볶음밥. 맛있겠다. 침을 꿀꺽 삼킨 태형이 눈부신 빛을 발하는 정국의 김치볶음밥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정국과 마주앉아 하는 식사는 태형에게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정국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정국이 밥을 먹는 패턴까지 외워왔다. 오늘도 태형은 열심히 정국의 행동거지를 관찰하며 한없이 조심스럽다.


"안 잡아먹어요."
"뭐, 뭐가."
"편하게 먹어도 돼요. 내가 뭐 겁주나."


...정국은 예상외로 눈치도 빨랐다. 태형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내가 뭘, 하고 짧게 대꾸했다. 순간 짧게 맞부딫힌 시선에 태형은 입을 살짝 벌린 채 정국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눈꼬리가 살짝 내려간 정국의 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것 처럼 까맣다. 하지만 눈동자에 비치는 태형 자신의 모습만큼은 너무나도 밝고 선명해서, 결국 또 다시 먼저 피해버렸다. 태형을 담은 흔들림없는 눈동자가 미치도록 두렵다. 


"주말인데 어디 안 나가?"
"별로 생각 없어요."


그렇구나. 태형은 영혼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 휴대폰 어디에 놨지. 형 잠깐만요."


휴대폰을 집 어딘가에서 잃어버린건지 분주하게 옷 주머니를 뒤지던 정국이 식탁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태형은 여전히 멍하게 정국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국이 다른 방으로 가 찾고 있을 때 쯤 식탁 표면을 울리는 진동 소리에 화들짝 놀란 태형이 진동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병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건지 정국의 휴대폰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태형은 곧장 정국이 있는 방을 향해 몸을 살짝 뺐다.


"야, 너 휴대폰..."


순간 잠금화면 상단에 뜬 메신저 내용에 태형은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대충 보니 [재희] 라고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다. 자신도 모르게 내용을 빠르게 훑어내린 태형은 뭐라고요? 하고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에 대답하지 못했다.


[정국아!]

지잉.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안 잊었지?]

지잉.

[꼭 만나야 돼!]


뭐야, 전정국. 여자도 있으면서... 태형의 깨끗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 사실은 상관없는 거였다. 정국에게 여자가 있던 말던 태형이 신경쓸 건 아니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태형이 다시 정국을 불렀다.


"네 거 여기있어."


다시 부엌으로 온 정국이 제 휴대폰을 건네는 태형에게서 휴대폰을 받아들며 아, 여기 있었네 하고 실없이 웃었다. 그 웃음에도 태형의 굳은 표정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았다.


"뭐 오는거 같던데."
"그래요? 누구지."


휴대폰을 확인한 정국이 이내 말없이 타자를 두들기다 싶더니 고개를 들어 태형을 내려다보았다. 태형은 뭐냐는 듯 눈을 마주했다. 


"형은 오늘 뭐 해요?"
"...나 오늘."


대체 이건 무슨 생각인걸까. 김태형 드디어 미쳤지? 왜 이 상황에서 정국이 재희라는 여자와 연락을 하고 만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나쁜 건지. 왜 자꾸만 정국에게 거짓말만 하게 되는지.




"윤기 형이랑... 만나기로 했어."


태형의 말과 동시에 정국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뀌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재희 라는 여자를 만나려는 생각인걸까. 태형은 정국이 보기라도 할까 몰래 불안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래요?"


정국은 잠깐동안 태형을 내려다보다 무심하게 되물었다. 태형은 이기적이었다. 여자를 만나는 정국에게 괜한 오기가 생겨서 지금쯤 지민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윤기를 팔아 거짓말을 하고 한 편으론 정국이 그 여자와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이 든다. 태형은 표정 없는 정국을 몰래 훔쳐봤다.


"나도 나갔다 올건데 뭐 중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요."
"...어, 응. 누구 만나?"
"네."


정국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우겨넣으며 대답한다. 태형은 얼마 먹지도 않은 김치볶음밥이 차갑게 식어 있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살짝 내려놓았다. 왜인지 몰라도 그렇게나 맛있어 보였던 김치볶음밥이 지금은 입에 넣얻 속에서 거부할 것같이 입맛이 없어졌다.


"더 안 먹어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그래요, 그럼."


곧바로 그릇들을 정리하는 정국을 보고 있자니 태형은 텁텁한 입 안이 쓰다. 분명 다시 다가오는 정국을 싫다며 밀어낸 것도 태형이 먼저였는데 어느 순간 멀어져버릴 듯한 정국을 느낄 때면 바보같이 저 손을 잡고 싶어진다. 안된다는 걸 잘 알면서 늘 바보같은 기대를 한다. 



***



대학생이 된 후로도 일체 연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정국이었다. 고백이라면 이미 수도 없이 받았다. 딱히 누군가에게 특별히 잘해준 적도, 정을 준 적도 없었지만 이유없이 다가오는 여자들을 단 한 번도 받아주지 않았다. 예외인 사람이 있다면 김태형이 아닐까. 정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두려운 표정을 하고 도망치는 태형때문에 정국은 요즘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토요일 아침에 같은 대학 동아리 동기인 신재희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재희 역시 정국에게는 '아는 사람' 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한 적이 있었나, 생각한 정국은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태형과 마주하고 재희에게 당연히 안된다고 답하려고 했다. 태형이 아니었더라도 만나주지 않았겠지만.


'...나 오늘.'

'윤기 형이랑... 만나기로 했어.'


본래 낮았던 태형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잠긴 것 같다. 참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말을 태형의 목소리로 들으니 잔뜩 예민한 신경들이 더 성을 내려고 한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태형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조금 의아했던 건 애인이라는 '민윤기' 라는 남자를 집에 데려오지 않는다는 것과 그 흔한 데이트조차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남자의 옆에서 웃는 태형을 아직까지 보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이니까 태형과 함께 있고 싶었다. 무뚝뚝한 태형이라도 좋았고, 자신을 밀어내는 목소리조차도 자꾸만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정국의 눈에만) 작게 웃음기를 띄운 채 수줍게 말하던 태형 을 내려다보니 유치하게도 짜증이 솟구쳤다.

[안될 것같아] 까지 타자를 쳤던 정국은 다시 모두 지우고 그래, 라는 답장을 재희에게 보냈다. 정국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다. 애인을 만난다는 태형에게 이런 치졸한 방법이라도 감정을 합리화하고 싶었다.


'누구 만나?'


그렇게 묻는 태형에게 마음같아선 네, 나 여자 만나요 하고 대놓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다고 정국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질투할 태형도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정국은 신경질이 났다. 어떻게든 태형의 마음을 제게로 돌리고 싶다.

주말이라고 윤기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랑을 꽃피울 태형의 모습을 상상하니 말그대로 돌아버릴 지경이다. 순간 다시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에 확인해보니 또 재희다.


[진짜? 그럼 학교 앞 카페에서 봐!]


답장에서 잔뜩 기뻐하는 재희의 마음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 같다. 정국은 이마를 덮는 앞머리를 투박한 손길로 털며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방의 뻔한 속을 다 알면서 모른 척 만나주는 건 질색이다.



***



정국은 눈 앞에서 무어라 즐겁게 말하며 까르르 웃는 재희를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정국과 태형은 오후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고 각자 방에서 쥐 죽은 듯 지내다가 결국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정국이 재희에게 먼저 연락해 더 빨리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정국은 자신의 선택이 올해 실수한 것 중 베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희는 과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예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소문대로 재희는 예쁜 여자였다. 큰 눈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보기 좋게 마른 몸매. 하지만 정국에게 재희는 감흥을 줄 수 없었다. 재희는 정말 '예쁘기만' 했으니까.

동아리 부에서 선남선녀라며 정국과 재희를 이어주려던 선배들에게 일찍이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일갈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재희는 좀처럼 정국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 둘이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 그러시더라? 하여튼 그 선배..."


누가봐도 나 너 좋아해, 하는 표정으로 정국에게 알맹이 없는 말들만 꺼내놓는 재희는 애초부터 과제때문에 물어볼 게 있었다는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 정국은 갑작스레 밀려오는 피곤함에 재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재희가 오늘은 꼭 만나야한다고 했던 이유도. 분명 타이밍을 잘 잡아서 고백하려는 거겠지. 정국은 붉게 볼 위로 홍조를 띄우며 말을 이어가는 재희에게 시선을 옮겼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재희를 통해 태형의 존재를 잊어보고 싶었다. 


"정국이 넌 원래 여자 잘 안 만나준다며?"
"...어."
"사실 네가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기뻤거든."
"아."


...역시나 이렇게 영양가없는 대화는 정국을 지치게 만들었다. 의자에 몸을 늘어앉은 채 재희가 하는 질문에만 기계처럼 대답하던 정국은 또 다시 태형의 얼굴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살폈다. 젠장, 태형에게서 온 연락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제 곧 7시였다. 태형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윤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까? 다시 재희에게 집중하려고 해도 온 신경은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태형에게 쏠려 있었다. 정국은 고개를 휘저으며 머릿 속에 아른거리는 태형을 지워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재희와 눈을 마주한 정국이 조금 뜸 들이다 이내 물었다. 


"...밥이나 먹을까?"


재희는 시종일관 지루하단 표정으로 자신의 얘기를 듣기만 하던 정국이 예상치 못한 말을 하자 바로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재희가 할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응!"



***



태형은 정국이 나갔다 오겠다는 한 마디와 함께 나가버린 후 곧장 지민에게 전화를 했다. 약속도 없으면서 애인과 데이트 약속이 있다며 거짓말을 한 태형이 불안하지 않을 리 없었다. 


[여보세요. 김태형?]

"야... 오늘 나랑 술 한잔 하자."

[지금이 몇신데 술타령이야? 무슨 일 있어?]

"...응. 진짜 심각하다."

[그럼 좀 이따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

"역시 박지민. 사랑해 진짜!"


그렇게 또 술취해서 무슨 사고를 치려고! 길길이 날뛰는 윤기의 뜯어말림에도 태형의 옆에 와준 지민은 지글지글거리는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은 태형이 하는 말을 얌전히 듣다가 이내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다.


"너 바보야? 그렇게 좋아했던 애를 왜 내쳐?"
"그 때 전정국 걔가 말없이 가버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니, 그러니까 지금은 전정국인지 뭔지가 먼저 널 떠날리가 없잖아. 좋아한다고 난리친다며."


지민은 절대 태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 때 지민은 태형을 알지 못했으니까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태형은 결국 소주병을 들었다. 취하지 않고서는 이 울적한 기분을 달래지 못할 것 같았다. 너 술 약하잖아 하고 태형을 말리는 지민의 손을 떼어낸 태형이 소주잔을 다 비우고 나서야 다시 입술을 열었다.


"그런데 전정국이... 또 자꾸 신경쓰이는거야. 키는 엄청 커가지고 애가 남자가 되서..."
"아직 좋아하네."
"아니야! 들어봐."
"그 때 카톡 주고받다가 윤기 형한테 혼난 것도 걔지?"
"..."


태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은 이제야 알것 같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태형이 요즘따라 시체처럼 늘어져 있고 회사에서도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지민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찰나에도 태형은 소주잔이 찰랑이는 걸 볼 때마다 계속 들이켰다. 처음에는 또박또박 말을 잘 하던 태형이 점점 말꼬리를 늘리고 옹알이를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근데에... 그 나쁜 놈이... 오늘 여자를 만나으러 간거야아!"
"아, 술냄새. 김태형 작작 마시랬지!"
"므어? 머!"


벌써 밤이 되어 거리가 어둑했다. 흐릿한 의식을 잡으려고 노력한 태형은 이미 몸 따로 마음 따로 놀고 있었다. 낑낑대며 태형을 부축한 지민이 태형의 집 앞에서 멈춰섰다. 그 때까지도 태형은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너 어디로 새지마! 내일 연락받고."
"아, 빨리 가으!"


태형은 지민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나서야 몸을 겨우 가누었다. 온 세상이 빙빙 도는 것만 같다. 집 안에는 왠지 정국이 있을 것같아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이러다 정국에게 취중진담이라도 할까 두려웠다.

태형은 비틀거리며 다시 바깥으로 내려왔다. 겨울이라서 밤바람이 살을 에일 정도로 차가웠다. 술에 쩔어 볼을 붉게 물들인 태형이 단지 내에 있는 슈퍼에서 맥주 두 캔을 샀다. 정신을 못차리는 태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주머니에게 헤헤 웃어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태형은 집 현관 바로 근처에 있는 벤치에 쓰러지듯 앉았다. 점점 목이 타자 검은 봉지 안에서 부스럭거리며 맥주캔을 딴 태형이 이미 많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계속 들이켰다.


"전정구기... 우리 꾸기 내가... 많이..."


좋아하는데... 태형은 시큰거리는 코를 찡긋거렸다. 역시 술에 취하면 하지 못했던 말들도 다 해버릴 수 있었다. 덕분에 갑갑한 속이 한 번에 게워지는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정국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 여자랑 뭘 했을까. 혹시 둘이 사귀나?


"나쁜 새끼! 진짜 나쁘다아..."


태형은 그렇게 소리치며 까만 어둠 속에서 환히 빛을 내는 달을 올려다봤다. 이미 다 비워버린 맥주캔을 쥔 태형이 중얼거림을 멈추고 멍하니 하늘만 보다가 등을 살짝 뒤로 젖혔다.
 

툭.



입을 살짝 벌린 채 있던 태형은 등 뒤에 닫는 무언가에 움찔거리며 눈을 비볐다. 위로 보이는 건 하얀 달이 아닌 정국의 얼굴이었다. 진짜 심하게 취했나 보다 싶어 태형은 말없이 메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아 축였다. 


"...왜 여기 있어요."


정국이가... 맞구나. 태형은 갑자기 나오는 딸꾹질에 바보같이 네모지게 웃었다. 정국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건 밤에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정구기 안녀엉. 잘생겨따."


눈을 반쯤 접어 웃는 태형에도 반응이 없던 정국이 태형의 앞으로 와 무릎을 굽히곤 태형이 들고 있던 맥주캔을 빼앗아들었다. 이미 다 마셔버려 한없이 가벼운 맥주캔에 정국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표정을 굳힌 채 태형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던 정국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쓰러지듯 정국의 어깨에 고개를 떨어트린 태형이 알코올향을 풍겼다. 정국이 태형을 내려다보자 태형이 작게 훌쩍이는게 느껴졌다. 애인과 싸우기라도 한걸까. 당장이라도 민윤기라는 남자를 족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던 정국은 이어지는 태형의 울음섞인 말에 또 한 번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 때처럼..."


추운건지 취한건지 코와 볼이 빨간 태형의 강아지같은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우물거리며 하는 말은 정국의 귓가에 쐐기처럼 박혔다. 


"...어디 가지마..."



***



드디어! 5화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국뷔의 관계 진전을 위해 열심히 쓰다보니 기본 분량을 훨씬 넘어버렸네요. 항상 예쁜 댓글 남겨주시는 율무기 님, 자타우 님, 햄스터 님, 리미태 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고 2017년은 방탄소년단이 더 사랑받는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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